[기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경총 접근과 태도의 문제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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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경총 접근과 태도의 문제점들

김종진 0 3,897 2020.12.27 14:55

*  이 글은 중대재해기업처별법 입법을 위한 학계/전문가 약 2천여명이 입법 요구 서명과

  '노컷뉴스'에 릴레이 기고를 한 필자의 원고(2020.12.27)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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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중대재해기업처벌법, 경총 접근과 태도의 문제점들

 2020-12-27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위험의 외주화'라는 이야기. 어느 덧 10년이다. '그 쇳물 쓰지마라!'는 노랫말이 만들어진 이후 2016년 구의역부터 2019년 태안화력발전까지. 하청노동자의 산재 사망 소식이 끊이질 않는다.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업재해 만인율(3.61)에서도 우리는 수년째 상위권을 놓치지 않고 있다. '한눈에 보는 산재 통계'라고나 할까.

 

전체 재해자 109242, 사고 재해 94047, 업무상 질병 15195, 사망자 2020, 사고재해 사망자 855, 업무상 질병 사망자 1165. 이 정도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더 이상 늦출 이유가 없지 않나. 그런데도 경총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도입으로 경제활동이나 산업 경쟁력 저하 등을 이야기 하고 있다. 경총은 지난 24'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에 대한 경영계 의견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했다.

 

경총은 법안이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경영책임자 개인을 법규의무 준수와 처벌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과도한 법"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 1123일부터 26일까지 4일간 경총 회원사 654곳을 대상으로 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기업 인식도 조사 결과'(2020.12.16) 를 기초로 하는데 문제점이 많다.

 

첫째,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처벌 수준이 과도할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무엇보다 최근 5년 동안 법률 위반으로 인한 벌금은 430만 원(자연인 421만 원, 법인 벌금 448만 원) 수준에 불과하고, 실질적 책임은 전무한 편이다. 정식 기소율 5%, 구속 0.01%도 안 되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법원 1심에서 실형 선고는 연간 5명도 채 안 된다. 그나마 기업 관리자들이고 경영책임자들이 아니기에, '솜방망이, 깃털 처벌'이라는 말은 나온 것이다.

 

경총 주장과 달리 영국,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유사 법률과 비교하여 우리는 처벌 수준도 낮다. 오히려 경총 조사결과 중 회원사의 법률 제정 찬성(9%)이나 처벌 강화의 예방효과(58.1%, 미약 42.4% 포함)가 있다는 것이 더 시사점이 있는 것 같다.

 

둘째, 법률 시행이 기업의 생산활동 위축을 초래할까. 산업안전의 목적은 현장 노동자의 신체와 건강 보호는 물론 산업시설 안전·유지를 통해 생명과 기업 재산 보호 등의 취지가 있다. 그래서 개별 기업의 안전보건투자 1% 추가(지출액 39.1억 원) 시 최소 446.9억 원의 경제손실 감소 자료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개별 실적 요율방식으로 A건설(160억 원), B전자(286억 원)처럼 수백억 원을 산재보험료 감면혜택도 받고 있다.

 

그럼에도 경제활동 위축이나 정부지원 미흡을 언급하는 것은 사회경제 주체로서의 책무 방기다. 최근 3년 사이 기업의 산재예방투자비중 감소나, 노동자 1인당 연간 산재예방투자비용 약 18천 원을 볼 때 기업경영과 윤리적 책무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셋째, 대기업 집단이 아닌 중소기업이 더 타격 받을 것인가. 현재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중소하청업체 처벌에서, 원청 대기업 처벌로의 전환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법률은 중소 하청업체만 처벌되던 법리적 한계를 원청 대기업의 책임규정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경총의견서(2020.12.24)와 달리 영국, 캐나다처럼 '인과관계 추정' 등을 통해 원청기업 책임성이 더 강화되어 산재 예방효과가 클 것이다.

 

물론 중소기업 대상 산재예방요율제(보험료 할인), 산재예방시설 융자, 클린사업장 조성 지원 등 10여개 지원정책을 더 확대하면 된다. 아울러 경총의 조사결과 과잉 해석도 있다. 조사에서는 "사업주 등 처벌강화 시 중소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지, '타격'을 받는 것으로 답변하지도 않았다.

 

산업구조 변화와 기술발전 과정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은 산업재해 문제다. 오히려 기존 전통적인 산업재해 영역이 더 다양한 양태로 확장되고 있고, 최근에는 제조업과 비제조업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3시간 마다 1명의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고, 5분마다 다치고 있다. 새해에도 이런 현실이 반복되는 것을 더는 방관하면 안 된다. 특히 동일 기업에서 하청노동자 산재 사망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것은 꼭 해결해야 한다.

 

그간 우리 사회는 기업이 노동자들보다 강자 입장이고 사전 예방 및 관리 비용을 직접 지불하기 보다는 사후적으로 산재가 발생해도 법정에서 오랜 시간 끄는 것(그들이 이야기하는 소송)이 오히려 유리하다고 생각하도록 방치 했다.

 

사실 지난 20178월 문재인 대통령은 산업안전보건의 날을 기념하여 "그 어떤 것도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이 될 없기에, 산업안전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밝힌 이유일 것이다. 독일 헌법2조의 "생명에 대한 권리 및 신체를 해하지 않을 권리"와 같은 헌법 개정요구도 아니고, 영국, 호주, 캐나다보다 낮은 수준의'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부터 시작하자는 것이다.

 

[원문기사]

https://m.nocutnews.co.kr/news/amp/547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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