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공기관 평가 방식이 정규직 전환의 걸림돌
김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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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4 01:18
* 이 글은 시사IN 507호(2017.6월6일)에 실린 팔자 인터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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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평가 방식이 정규직 전환의 걸림돌”
차형석 기자 2017년 06월 06일 화요일 제507호
서울시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에 역할이 컸던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정규화를 위해서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요즘 서울시 일자리 담당 부서로 중앙부처의 문의가 많다고 한다.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때문이다. 서울시는 2012년부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해온 모범 사례로 꼽힌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실태조사에서 방안 마련까지 ‘서울시 정규직화 플랜’에 함께해왔다. 여러 아이디어를 냈고 이는 실제 정책에 반영되었다. 시에서 노사정 소통 및 협력 업무를 맡고 있는 조성주 서울시 노동협력관은 그를 두고 “정책 연구뿐만 아니라 때로 공무원과 노동계 양측을 만나 설득도 하는 실천적 연구자”라고 평했다. 김종진 연구위원을 만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해 물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서울시의 비정규직 실태를 조사하고 ‘서울시 정규직화 플랜’을 마련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함께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과 관련해 서울시를 주목하는 이들이 많다.
파견·용역 형태의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한 데 의미가 있다. 전국 243개 자치단체 중에서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한 곳은 서울, 인천, 광주, 서울 성북구, 서울 노원구, 광주 광산구 정도다.
정부의 정책과 비교하자면?
정부에서 2011년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만들었다. 그다음 해에는 3개년 동안 정규직으로 전환할 비정규직이 몇 명인지 연차별로 전환 계획을 발표하라고 했다. 그런데 이 대상에는 기간제 계약직 같은 직접고용만 포함되었다. 파견·용역 같은 간접고용이 빠져 있었다. 또 ‘상시·지속 업무’를 전환 대상의 기준으로 삼았다. 최소한 11개월 일하면 상시·지속 업무로 보았다. 또 과거에 2년 동안 있었고, 앞으로도 2년 동안 업무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면 상시·지속 업무로 보았다. 그랬더니 계약을 11개월 미만으로 하거나, ‘앞으로 2년 안에 없어질 업무’라고 공무원이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일이 발생했다. 차 떼고 포 떼니까 공공부문 전체 비정규직 가운데 83~85%가 전환 예외 대상으로 빠져버렸다.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아예 포함되지 않았다.
정규직 전환 대상 자체를 줄이려고 하는 이유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때문이다. 공공기관은 기획재정부, 지자체는 행정자치부, 교육기관은 교육부가 연말에 경영실적 평가를 한다. 거기에 ‘조직효율성’ 점수가 있다. 인력 구조조정을 하고 예산을 절감하면 좋은 평가를 받게 된다. 기관 평가가 좋으면 성과급을 받는다. 나쁜 점수를 받게 되면 기관장 재임이 어려워진다. 평가가 계속 안 좋으면 예산도 삭감된다. 경영평가는 조직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그런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기관의 경영평가가 오히려 나빠질 수 있다. 공공기관은 총인건비, 지자체는 기준인건비라고 부르는데, 이 인건비가 일정 범위를 넘어가면 해당 기관이 예산 삭감 등 페널티를 물게 된다. 그러니 청소·경비·콜센터 같은 이른바 주변 업무를 아웃소싱한다. 기관의 인건비를 줄이고 사업비로 전환하는 것인데, 사업비는 경영평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기존 경영평가 방식은 정규직 전환이라는 고용의 질 지표와 충돌되고 양립할 수 없는 제도다.
서울시는 어떻게 했나?
서울시는 2012년부터 1단계로 기간제 계약직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2단계로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했다. 2단계 정규직화가 중요하다. 간접고용을 정규직화에 포함한 것은 무척 전향적이다. 서울시의 간접고용 노동자를 조사해보니 6000여 명에 이르렀다. 앞서 말한 기준인건비 문제 등으로 감당하기 쉽지 않은 인원이었다. 그래서 5개년 계획을 세웠다. 어디부터 정규직화할지 살펴보았더니, 간접고용의 절반이 청소 부문이었다. 가장 규모가 크고, 열악한 부문을 먼저 전환하자는 원칙을 세웠다.
서울시가 청소 자회사를 만들어 정규직화한 이유는?
서울도시철도공사와 서울메트로에 각각 청소 용역 노동자가 1500여 명이었다. 직접고용 무기계약직으로 정규직화하면 두 회사가 경영평가에서 C, D를 받게 된다. 또 한 해 뒤에는 경비 업무도 정규직화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규모가 너무 커서 고민스러웠다. 그때 나온 아이디어가 청소 자회사 설립이었다. 두 회사에서 각각 청소 자회사를 만들었다. 두 회사에서 사업비 형태로 비용이 나가기 때문에 경영평가 때 불이익이 없다. 청소 노동자 노조집행부가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이를 받아들였다. 정규직 전환 이후 건강검진 실시 등 복지 개선이 이루어졌다.
다산콜센터 상담원들도 정규직화했는데?
다산콜센터 업무는 간접고용에 포함이 안 되어 있었다. 2~3개 업체에 민간위탁이 되어 있었다. 서울시 소유 건물 안에서 서울시 기자재를 활용하고 있으니 간접고용으로 넣어야 한다고 보았다. 전환 과정에 4년이 걸렸다. 올해 5월1일에 별도 재단을 만드는 방식으로 정규직화했다.
재단을 만든 이유는?
서울시 다산콜센터는 새로운 재단을 만드는 방식을 통해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다산콜센터 직원이 400명이 넘는다. 서울시에서 직접고용하는 형태로 하게 되면 서울시의 기준인건비 초과 문제가 생긴다. 4가지 안을 고민했다. 서울시의 공무직(무기계약직 형태)으로 갈 것인가, 시설관리공단으로 보내거나 서울복지재단에 사업단을 만들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재단을 만들 것인가 등이었다. 공무직으로 전환하면 기준인건비를 초과하게 된다. 서울복지재단에 사업단을 만드는 것은 복지재단에서 부담스러워했다. 재단 직원 수가 200여 명인데, 400여 명 넘게 사업단 형태로 들어오는 것이었으니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셈이었다. 결국 새로운 재단을 만드는 게 가장 현실적 방안이었다.
재단을 만드는 데 문제는 없었나?
재단을 만들려면 행정자치부의 동의가 필요했다. 박근혜 정부 때였으니 허가를 안 해줄 가능성이 컸다. 허가가 안 되면 다른 방안을 찾아야 했다. 그런데 재단(120다산콜재단) 설립 허가가 났다. 촛불집회의 영향이 컸다고 본다.
다산콜센터 노조는 반대했다고 들었다.
재단안을 1순위로 둔 연구를 노조에 설명했다. 그런데 노조가 거부했다. 노조는 서울시가 직접고용하는 ‘공무직안’을 선호했다. 시에서는 최대한 노조의 의사를 반영하자는 방침이었기 때문에 노조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정규직화를 추진할 수는 없었다. 그러면서 1년 동안 지지부진한 과정을 보냈다. 나중에 노조 전·현 집행부를 만났다. ‘재단안’을 안 받으면서 1년을 허비한 것 아니냐고 했더니 노조 측도 수긍하더라. 결국 노조가 ‘재단안’에 동의했다. 민간 위탁이라는 이름으로 빠져 있던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정규직화한 데 상당한 의미가 있다.
새 정부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해서는?
서울시는 박근혜 정부 때 섬과 같았다. 지자체 가운데 드물게 노력을 기울여 다양한 정규직화 모델을 만들었다. 새 정부에서는 정규직 전환의 걸림돌인 공공기관 평가 방식 등이 바뀌었으면 한다. 정규직화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상황이 나아지리라고 본다. 또 공공부문의 정규직화 흐름이 민간에도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노동계도 방법과 절차에서 협상의 여지를 두었으면 한다. 다양한 정규직화 방법을 통해 실익을 찾았으면 좋겠다.
[원문]
http://www.sisain.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29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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